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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감상 2020. 10. 19. 23:00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단 이 글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라는 애니를 보고 느끼게 된 감상이다.

    남자 주인공 - 하치만, 여자 주인공1 - 유키노, 여자 주인공2 - 유이 이렇게 3명의 고교생활에 관한 애니이다.

    특별히 이 애니가 너무 좋아서라거나 감동받아서 쓰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의미로 나에게 크게 다가오는게 있었고

    그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런얘기 하기에 적절한 상대도 없었고 노트에 손으로 쓰자니 힘들거 같고

    그래서 잊고있던 블로그를 꺼내 들었다.

     

    뭔가를 느끼게 된 계기는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애니의 마지막 즈음에 여주 두명중 한명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택받지 못한 다른쪽 여자를 나는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에 그 여자애가 집에서 혼자 울고 있는 장면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도 선택받지 못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감정은 단순히 거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문득 그들의 학교생활, 즉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가벼운 스킨십에 얼굴을 붉히고 친구와의

    관계가 제일인 것 처럼 밤잠 못이루는 그런 생활이 갑자기 너무 부러워 졌다.

    사실 이런 학원물은 중학생때부터 지겹도록 봐왔다. 누가 봐도 오타쿠일 정도로 많은 애니를 봤다.

    그 당시에는 물론 애니 속의 신나는 학교생활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자극에도 익숙해져 무엇을 봐도 그저 시간 때우기 정도에 불과했다.

    특별히 마음의 울림이 있거나 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느낀 감정을 정말 드물었다.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있었다. 그런 알록달록한 청춘의 부러움과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동경,

    손만 스쳐도 두근 거리는 순수한 연애감정 등.

    결국 정리해 보면 제일 큰 감정은 다시는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한 동경인 것 같다.

    나는 학창시절 공부와 게임만 했다.

    중학생땐 나름 전교 순위권 안에 들어서 시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고등학생땐 학교에서 억지로 야간자습을 11시까지 시켜서 3년간 공부만 했다.

    물론 공부만 하지않고 도망가서 피시방에서 롤을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건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계속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학교 자체도 명문고 라는 타이틀 때문에 부활동도 딱히 없이 공부만 시키는 학교였다.

    남중 남고 여서 그럴수도 있겠다만 이건 일단 제외하고.

    그래서 나는 애니 속 학교생활과는 정말 다른 세계의 생활을 했다.

    다른 학교를 갔거나 내가 스스로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으면, 게임을 안하고 다른 취미라던가

    다른학교의 여자애를 만난다거나 했으면 달라 졌을까 하고 후회하는 때가 가끔있다.

    물론 애니 속 학교생활은 지어낸 이야기 이다.

    지구 상의 어느 나라를 가든 그런 식으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가슴이 아려왔다.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이기에.

    그러다가 또 문득 깨달았다.

    나이가 들어 돌아보았을때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30대가 되어 영화나 드라마속의 20대의 풋풋한 모습을 볼때 지금의 나를 떠올리지 않을까.

    지금 유튜브, 애니, 게임, 커뮤니티를 하며 시간을 버리고 있는 나를 떠올리지 않을까.

    그때 왜 이걸하지 않았을까, 저걸 하지 않았을까.

    20대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텐데.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10대, 잃어버린 10대,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며

    왜 그때 좀 더 잘 하지 못했을까 하고 느끼는 이 감정.

    30대가 되어서 20대의 나를 떠올리며 똑같이 느끼고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오니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원래 난 부자가 되고 싶었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FIRE족 현상에 나도 올라탈 계획이었다.

    버는 돈을 최대한으로 투자하여 40대에 은퇴하여 유유자적 생활할 계획이었다.

    그걸 위해선 지금부터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들 처럼 놀러다니면 안된다,

    먹는것도 자제, 노는것도 자제, 전력으로 아껴 살아야한다 라고 생각했다.

    젊은 날의 몇년을 포기하면 나중의 몇 십년이 편해지니까.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게 아득바득 모아서 계획했던 빠른 은퇴가 가능해져서 50살쯤부터 돈에서 자유로워 졌을때

    과연 나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무슨 생각을 할까.

    젊었을때 돈을 많이 모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까.

    아니면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던 것에 대한 동경을 하게 될까.

    어느쪽이든 정답은 아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으니.

    그래도 지금 생각하는건 인생을 조금 더 재밌게 살아 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앞을 되돌아 보았을때 왜 그때 이걸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이미 지나가 버린 학창시절을 되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삶은 선택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려고 한다.

    한번뿐인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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